FTA와 지적재산권 제도(1)

FTA와 지적재산권 제도(1): FTA와 지적재산권 제도(1); 2012.04.06 11:4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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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동시다발 FTA로 인해 가장 많은 국내법 개정이 이루어진 분야가 바로 지재권이다. 주된 이유는, 전 세계 지재권 무역의 약 70%를 차지하는 유럽연합, 미국과 맺은 FTA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한미 FTA와 한EU FTA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고 이로 인해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협정문의 내용을 다 소개할 수 없고 저작권 분야는 최대한 생략하니, 협정문과 개정 법률들을 참조하면서 이 글을 읽으시기 바란다.

2. FTA의 국내법적 효력

한미 FTA는 2012년 3월 15일 발효되었고, 한EU FTA는 2011년 7월 1일 발효(잠정발효)되었다. 헌법 제6조에 따르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제 한미 FTA와 한EU FTA는 관련 국내법의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법의 지위를 갖는다. 문제는 국내법과 FTA 협정문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하는데, 법적용의 일반 원칙인 신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조약은 항상 특별법이란 유력한 해석론도 있음). 종전의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에는 조약이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조약 우선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한미 FTA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2011년 11월 22일 발의된 수정안에 의해 ‘조약 우선 조항’이 모두 삭제되었다. 이 수정안은 미국이 한미 FTA의 국내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이행법을 통해서만 미국 내에서 효력을 갖도록 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미국의 이행법은 한미 FTA와 미국 국내법이 상충하는 경우 미국법이 우선하고, 어느 누구도 한미 FTA를 원용하여 미국 법원에서 권리주장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유럽연합 역시 한EU FTA의 자기집행력을 부인하기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은 한EU FTA를 직접 적용하지 못한다.

FTA의 국내법적 효력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국내 법원에서 FTA 조항을 직접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는 해당 조항의 자기집행성·직접적용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데, 우리 법원은 국제인권 조약과 달리 통상 조약에 대해서는 국내 직접 적용을 긍정해 왔다. 가령 파리협약 제6조의2(유명상표 보호 조항)의 국내법적 효력을 긍정한 사례가 있으며(대법원 1990.7.24. 선고 89후1479 판결), 헌법재판소도 관세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없이 조약(WTO 협정)에 의하여 관세범을 가중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8. 11. 26. 자 97헌바65 결정).

3. 한미 FTA 지재권 협정문의 내용

● 일반 규정(제18.1조)

일반 규정에는 기존의 국제조약 가입의무, 지재권 보호와 집행에 대한 래칫 조항, 내국민 대우, 기존 대상물에 대한 협정 적용, 투명성에 대한 조항이 있다. 국제조약은 모두 10개를 언급하고 있는데 협정 서명 당시(2007년 6월 30일) 한국이 추가로 가입해야 하는 조약 2개 “위성에 의하여 송신되는 프로그램 전달 신호의 배포에 관한 협약”과 “세계지적재산기구 실연‧음반 조약”는 각각 2012년 3월 9일, 2009년 3월 18일 발효되었다. 내국민 대우는 음반 제작자에 대한 보상금 청구권, 송달을 위한 국내 주소 요구 등의 예외만 인정된다. 한미 FTA 지재권 일반 조항은 트립스 협정이나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무역협정(ACTA)”과 달리 FTA에 지재권 장을 둔 취지나 목적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가령 ACTA는 지재권 집행이 절차의 공정성과 비례성 원칙을 따르도록 하며 제도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두도록 요구하지만, 한미 FTA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 상표

소리‧냄새 상표: 한미 FTA는 상표의 등록 요건으로 시각적 인식가능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표지가 소리 또는 냄새라는 이유만으로 상표 등록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였다(§18.2:1). 시각적 인식가능성은 트립스 협정 제15조 제1항에도 명시되어 있는데, 한미 FTA는 이를 폐지한 셈이다. 판례를 통해 소리, 냄새 상표를 인정하는 미국은 미-싱가포르 FTA부터 비시각적 표장에 대한 상표 보호를 포함시켜왔다(2011년 8월 기준으로 미국에 등록되어 있는 소리 상표는 172개, 냄새 상표는 14개이다). 한미 FTA를 반영해 개정된 상표법은 “소리·냄새 등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것 중 기호·문자·도형 또는 그 밖의 시각적인 방법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을 상표 개념에 포함시켰다. 소리‧냄새 상표는 실무와 관련하여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소리‧냄새 상표의 등록 요건이나 침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아 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권리를 공시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개정 상표법에서 소리나 냄새를 시각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여야만 상표 개념에 포함되도록 한 것은 이런 실무의 곤란성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소리나 냄새를 문자 등으로 설명하는 것을 “시각적 표현”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시각적 표현가능성은 상표의 개념 요건이 아니라 상표의 등록요건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증명표장: 한미 FTA는 증명표장의 도입을 의무화했고(§18.2:2), 개정 상표법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원산지, 생산방법 등의 특성을 증명하는 데에 사용하는 표장의 등록‧보호 규정을 마련했다. 증명표장은 가령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K 마크’, 미국의 Wool Mark, Cotton Mark 등을 말하는데,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자가 아니라 상품의 특성을 증명하는 자가 권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상표와 차이가 있다.

유명상표: 파리협약 제6조의2를 준용하는 한미 FTA 제18.2조 제7항과 별도로 제8항에서 유명상표의 보호(등록 거절, 취소, 사용 금지) 범위를 “관련” 상품 또는 서비스로 확대하였다. 그리고 전통적인 오인‧혼동 뿐만 아니라 유명 상표권자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기만이나, 유명상표의 명성에 대한 불공정한 이용을 구성하는 경우에도 유명상표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유명상표에 대한 WIPO 공동권고안과 미국 상표법을 조합한 것으로 개정 상표법에는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협정문 국문본은 영문본과 일치하지 않는다. 영문본에 따르면 유명 상표를 보호하는 경우는 3가지이지만, 국문본은 4가지다. 그래서 §18.2:8에서 말하는 “기만할 가능성”이 유명상표권자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기만을 말하는지, 아니면 소비자 기만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전용사용권 등록제 폐지: 한미 FTA는 상표 사용권의 효력발생 요건이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상표 사용권을 등록할 것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여(§18.2:13), 개정 상표법은 전용 사용권의 등록을 효력발생 요건이 아닌 제3자 대항 요건으로 변경하였다. 

상표 사용 방해 금지: 한미 FTA에 명시된 내용은 아니지만 트립스 협정 제20조는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지장을 주는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한미 FTA는 트립스 협정상의 권리‧의무를 재확인하고 있으며, §18.2:3에서 보통명칭의 사용 강제만 언급하고 있음). 가령 어느 상표를 다른 상표와 함께 사용하도록 강제하거나, 특별한 방식이나 형태로만 상표를 사용하도록 하여 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키게 만드는 조치는 금지된다. 최근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담배 단순 포장법’(Tobacco Plain Packaging Bill 2011)과 ‘담배의 단순 포장에 관한 개정 상표법’을 시행했는데, 이에 따르면 담배갑에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자 필립모리스(홍콩 지사)가 2011년 6월 27일 호주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ISD)을 제기하여 트립스 협정 제20조 위반을 주장하였고, WTO 트립스 이사회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앞으로 금연 정책의 일환으로 가령 ‘순한 맛’을 담배에 표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이와 유사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필립모리스가 등록받은 상표에는 “Super Lights”라는 표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타: 이외에도 한미 FTA는 상표권의 효력(동일 유사 상표의 금지 §18.2:4), 성질 표시 상표의 공정 사용(§18.2:5), 유명 상표 판단 방법(§18.2:6), 이의신청 제도를 포함하는 상표등록 제도(§18.2:9), 전자출원·공시 제도(§18.2:10), 보호기간(§18.2:12, 10년 이상, 갱신가능), 지리적 표시의 출원·등록 제도(§18.2:14, 15)를 규정하고 있다.

● 도메인 이름

도메인 이름 중 국가코드 최상위 도메인(ccTLD, <.kr> 도메인과 <.한국> 도메인을 말함)의 상표권 분쟁에 대해서는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에서 만든 UDRP(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에 따른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인터넷 주소 자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구인 인터넷진흥원에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인터넷주소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을 중재 절차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 

● 저작권

복제권의 범위에 일시적 저장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하였고(§18.4:1,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는 일시적 저장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지 않음), 베른협약이나 트립스 협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저작 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3단계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였다(협정문은 공정이용(fair use)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3단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을 저자 사후 70년 이상 또는 발행일로부터 70년 이상 보호하도록 했고, 기술적 보호조치는 권리보호형 조치 뿐만 아니라 접근통제형 조치도 보호받도록 했다. 권리관리정보는 한EU FTA와 달리 전자적 형태의 권리관리정보로 한정되지 않는다(가령 바코드나 QR 코드도 권리관리정보에 해당함).

저작권의 내용과 관련하여 한미 FTA에는 저작 인격권에 대한 내용은 없으며, 저작 재산권으로 복제권, 공중이용 제공권, 공중 전달권을 보장하고 저작권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작 인접권과 저작권 사이에 서열관계를 둘 수 없으며, 텔레비전 신호(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송 신호 불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터넷 재송신을 금지했다.

암호화된 방송 신호(위성 신호 및 케이블 신호)에 대해서는 신호의 무단 해독에 도움이 되는 장치를 제조, 조립, 판매,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민·형사 구제를 하며, 무단 해독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방송 신호를 수신하여 시청하는 개인들도 형사 처벌될 수 있도록 하였다.

● 특허

특허의 대상과 예외: 모든 기술분야에서 특허요건(신규성, 진보성,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충족하는 물건 발명이나 방법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해야 하고, 이미 알려진 물건의 새로운 용도나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특허를 부여해야 한다(§18.8:1). 다만 생명이나 건강, 환경 보호 또는 공서양속을 위한 예외, 사람이나 동물의 치료를 위한 진단 방법, 치료 방법, 외과적 방법에 대한 예외는 인정된다(§18.8:2).

특허권의 효력 제한: 특허권의 효력 제한은 트립스 협정의 3단계 기준을 그대로 원용하였고(§18.8:3),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허가 신청을 위해 타인의 특허발명의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허가신청 이외의 목적으로는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판매·사용 또는 수출을 금지한다(§18.8:5).

특허의 취소·이의신청(§18.8:3): 특허등록을 거절할 근거에 의해서만 특허를 취소(revocation)할 수 있도록 하여 개정 특허법은 불실시에 의한 특허취소 제도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불공정 행위(inequitable conduct)에 의한 거절이나 특허권 효력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이는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어서 개정 특허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서 불공정 행위는 미국 고유의 제도로 정직 의무(duty of candor)를 위반하는 행위, 가령 출원인이 알고 있는 종래 기술을 숨기거나 최선의 실시 형태를 감추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특허 이의신청은 특허권 설정 등록 후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등록 전 이의신청 제도를 특허법에 도입할 수 없다.

존속기간 연장(§18.8:6): 의약품의 시판허가 절차 지연에 대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과 별개로, 특허청의 특허출원 심사 지연에 대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특허법도 개정되었다(출원 후 4년, 심사청구 후 3년 중 더 늦은 기간을 초과하는 경우로서 출원인에게 책임있는 사유는 제외). 

공지예외 적용 시기 연장(§18.8:7): 한미 FTA는 출원인의 자발적 행위로 발명이 공지된 경우 신규성·진보성 적용의 예외를 출원일 이전 12개월로 하였고, 특허법도 개정되어 발명 공개 후 6개월이 아니라 12개월 이내에 출원하면 예외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한미 FTA는 각주를 두어 이 규정이 2008년 1월 1일 이후에 출원에 대해 적용하도록 하였지만, 개정 특허법의 부칙은 “제30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2012. 3. 15.) 후 최초로 출원하는 특허출원부터 적용”하도록 하였다.

명세서 및 특허청구범위 기재 요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에 대한 명세서의 개시(disclosure)가 과도한 실험없이 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정도이면 그 개시가 충분하고 명확한 것으로 간주하여야 하며(§18.8:9), 명세서의 기재가 특허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을 포괄할 수 있고, 출원인이 출원 당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발명하지 아니한 대상을 청구하지 않는한 그 청구항은 명세서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되는 것으로 취급하여야 한다(§18.8:10가, 이 조항의 국문본은 그 자체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유용성이 있는 경우에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있다고 취급해야 한다(§18.8:10나). 

특허청간 상호 협력: 한미 양국은 종래 기술의 검색과 특허심사 업무의 상호 이용을 위한 상호 협력의 틀을 수립하기 위하여 노력하도록 한다(§18.8:11).

● 특정 규제제품과 관련된 조치

자료 독점권이라 불리는 이 조항은 의약품이나 농약품의 시판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시험성적 자료)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한다. 의약품의 자료 독점권 제도는 유럽연합의 요구로 1990년대말 도입되었는데, 현재 ‘의약품 등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7조 제8항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자료 독점 기간은 신약은 6년, 새로운 효능은 4년인데, 한미 FTA는 신약 최소 5년, 새로운 효능 최소 3년, 농약 최소 10년을 보장하며(§18.9:1&2), 미국이 5/3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신약에 대해서만 ‘8+2+1’ 자료 독점권 제도(8년간 제네릭 허가 절차 중단, 2년간 허가 절차는 진행하되 시판은 금지, 새로운 효능이 추가되면 시판 금지 기간을 1년 더 연장)를 두고 있다. 국내 규정에 따르면 자료독점 기간 동안 신약과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을 시판허가 받으려면 신약의 시험성적 자료와 동등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규정과 달리 한미 FTA는 신약의 시험성적 자료에 대해 “상당한 노력이 소요”될 것을 요구하고, 신약과 동일한 의약품 뿐만 아니라 유사한 의약품에 대해서도 자료 독점권을 적용하도록 한다(유사 의약품의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자료 독점권은 특허권 보호와 별개이며(§18.9:4), 도하선언문(트립스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WT/MIN(01)/DEC/2)) 또는 의약품의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에 따른 조치인 경우 자료 독점권을 제한할 수 있다(§18.9:3).

허가-특허 연계: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의약품은 제조·수입이 금지되지만 이는 특허권 침해가 판명된 사후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며 실제로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에 비해 한미 FTA에서 도입한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의약품의 시판허가 단계에서 특허권 침해가 판명나기 전에 사전적으로 의약품 허가와 특허와 연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 제품의 시판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는 의약품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이다. 

허가-특허 연계는 2단계 (i) 특허 의약품과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을 신청한 자의 신원 정보를 특허권자가 통보받는 단계와, (ii) 특허권 존속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을 방지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시판 방지 단계는 3년간 시행이 유보되었기 때문에 개정 약사법은 첫 번째 단계만 반영되어 있다. FTA 협정문에 명시되어 있는 시판 방지 단계의 예외는 특허권자가 동의하거나 묵인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미국의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르면, 제네릭 신청인을 상대로 특허권자가 특허 소송을 제기한 후 일정 기간(30개월) 이내에 1심 법원의 판결이 없으면 제네릭의 시판을 허가한다. 이 기간을 자동정지 기간이라 하는데, 특허권 침해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없이 식약청에서 제네릭의 시판을 정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동 가처분 결정’과도 같다. 그래서 자동정지 기간을 얼마로 정하는지가 중요한데, 2007년 정부가 준비했던 제도에 따르면 자동정지 기간은 12개월이다. 그리고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권자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이나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여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인용심결을 받은 경우에는 허가-특허 연계를 적용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한 바 있다.

● 지재권 집행

지재권 집행은 한미 FTA 협정문을 통틀어 가장 분량이 많고 내용도 민사, 형사, 행정 절차, 국경 조치, 인터넷 집행 등 매우 구체적인데 대부분 미국의 법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일반 조항에는 권리 추정을 두는데, 저작권의 경우 저작자의 성명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표시된 경우 그 자를 권리자로 추정하도록 하면서 이 추정 규정이 민사, 행정 절차 뿐만 아니라 형사 절차에도 적용되도록 하였다(§18.10:2). 

● 민사 및 행정 절차와 구제

법정손해배상: 민사 절차의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침해자의 이익을 권리자의 손해액을 추정하는 규정과 법정손해배상액을 인정하도록 하였다(§18.10:5). 이에 따라 저작권법과 상표법이 개정되었지만, 미국과 달리 법정손해액의 상한만 정하고 하한은 정하지 않았다.

재료·도구의 폐기: 상표권 침해인 경우 침해와 관련된 증거서류의 압류를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18.10:8), 저작권 또는 상표권 침해인 경우에는 침해품 뿐만 아니라 침해품의 생성이나 제조에 사용된 재료와 도구의 신속한 폐기가 가능하도록 하였다(§18.10:9). 재료·도구의 폐기 조항은 한EU FTA와 달리 침해 행위에 주로 사용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표권 침해품에 대해서는 상거래 밖에서 처분되도록 하는 조치가 위조상표를 침해품에서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허용되지 않도록 하였다(§18.10:9).

정보권: 침해품의 생산이나 유통에 연루된 제3자의 정보 등 침해자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도록 민사 법원이 명령할 수 있는데, 이 정보는 증거수집의 목적이어야 한다(§18.10:10).

비밀정보: 민사 소송 절차에서 현출된 비밀정보에 대해서는 법원이 그 보호를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이나 구류 또는 구금을 명할 수 있다(§18.10:11). 이에 따라 산업재산권법률들이 개정되어 비밀유지명령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방구제조치: 가처분과 같은 잠정조치에서 당사자 심문절차를 생략한 일방 구제(inaudita altera parte) 조치를 의무화하였는데(§18.10:17), 현행 민사집행법의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과 같은 요건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임시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서는 심문기일을 열어야 한다는 원칙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조항으로 인해 국내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국경조치

국경조치는 상표권 침해 뿐만 아니라 저작권 침해 의심 상품에도 적용되도록 하고, 세관에 의한 수입통관 보류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년 이상으로 정하였다(§18.10:19). 그리고 저작권 또는 상표권 침해 의심 상품의 수입업자가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수입을 허용하는 역담보 통관 제도를 폐지하였는데(§18.10:20), 협정문 국문본에 따르면 역담보 통관 불허는 상표권의 경우 ‘침해 의심 상품’으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저작권의 경우에는 ‘침해 상품’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국경조치는 수입 상품의 통관에만 적용되지 않고, 환적 물품에도 적용된다(§18.10:22).

● 형사절차와 구제

형사절차는 상업적 규모의 상표권 침해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상업적 규모란 사적인 금전적 이득(가치를 지닌 그 어떤 것의 수령 또는 기대를 포함)을 목적으로 하는 침해를 말하기 때문에(§18.10:26 각주 33), 그 범위가 매우 넓어 가령 P2P를 통해 음악 파일 하나를 다운로드받는 것도 상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형사 절차에서는 침해에 사용된 모든 재료와 도구, 증거서류 및 침해 행위에 기인한 모든 자산의 압수나 몰수를 사법당국이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18.10:27). 이에 따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기존의 상표권 침해 행위뿐만 아니라 저작권 침해 행위도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작권 침해품에 사용되는 위조 라벨 뿐만 아니라,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는 행위에도 형사 절차가 적용되며(§18.10:28), 영화상영관에서 녹화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시도하려는 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의무화하였다(§18.10:29).

●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및 책임제한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의 책임을 말하는데, 미국 저작권법을 반영하여 OSP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의 면책 요건을 정하고 있다(§18.10:30). OSP 중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는 침해 행위를 실제로 알았거나 또는 침해 행위를 알 수 있는 ‘붉은 깃발(red flag)’이 올라온 경우 침해 자료를 신속하게 제거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여야 하며, 침해행위를 통제할 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을 얻지 않아야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한편 면책의 요건으로 OSP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할 수 없고, 면책 요건을 충족한 OSP는 손해배상 책임, 형사처벌에서 완전 면책되며 그 외의 구제명령도 침해 자료의 제거 또는 접근 무력화로 제한된다.

● 특정 공중보건조치에 관한 양해

도하선언문을 재확인하면서(§18.11:1), 의약품의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에 관한 한미 양국의 양해를 확인하였다(§18.11:2).

● 부속서한

한미 FTA 지재권 장에는 모두 4개의 부속서한이 있는데,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 부속서한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폐쇄를 내용으로 한다. 사이트 폐쇄라는 정책 목적에 동의한다는 첫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 문장이 모두 대한민국의 일방적인 의무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 부속서한에는 P2P와 웹하드가 명기되어 있고, 인터넷 상의 지재권 집행을 강화하고 기소하기로 대한민국이 약속하였으며 협정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합동단속팀의 명확한 관할권을 설정하는 정책 지침을 발표하기로 약속하고, 저작권의 직접 침해자는 물론 효과적인 침해를 유도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개인과 기업을 형사 기소하기로 미국에게 약속하였다.

- 한EU FTA는 다음 호에 - [특허와상표 783호 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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